‘동백꽃 필 무렵’은 KBS 2TV에서 2019년 9월~11월까지 방영된 수목드라마다.
한마디로 재밌었다. 아니 재미와 공포, 호기심이 한데 어울려진 종합선물셋트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런 스토리를 구성한 작가가 누군가 검색했더니 ‘임상춘’이라고 나온다.
‘동백꽃 필 무렵’의 전체 스토리는 용산파출소 순경인 황용식이 옛날 기억을 찾아 옹산에 살러 온 까멜리아(Camellia: 동백꽃) 식당 ‘오동백’을 보고 첫 눈에 반해 사랑하면서 벌어지는 옹산동네의 ‘살인사건 이야기’이다.
오동백을 둘러싼 갖가지 살인사건이 여섯번이나 발생한다. 그 살인사건의 주인공은 어릴 때부터 고양이 죽이기를 즐겨하던 황용식 순경의 후배인 ‘박흥식’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마지막 편까지 철저히 범인을 숨기고 시청자들로 하여금 갖가지 추측을 갖게 만든다.
결국 마지막에 잡은 범인 ‘까불이’가 박흥식의 아버지라고 결론 내린 순경 황용식은 황급히 달려가 집안에 숨어있던 ‘까불이’를 체포한다. 지난 5년간 살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던 이유가 공사장 추락사고 이후 집안에 숨어 있을 누군가일 것이라는 추리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결론은 마지막 편에서 범인이 아들 박흥식으로 바뀌면서 뒤집힌다. 아버지가 진술과정에서 아들 박흥식의 실체를 자백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아들 박흥식이 어릴때부터 비뚤어지게 자라는 것을 바로잡아 볼려고 때려도 보고, 달래도 보고, 온갖 애를 써보지만 실패했다고 고백한다.
마지막에까지 오동백을 죽일려다 실패한 박흥식은 ‘자신을 동정하지 말라’고 외친다. 박흥식의 살인동기는 ‘동정심’이었던 것이다.
한국적인 정서로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임상춘 작가의 그러한 설정은 충분히 공감이 간다. 한 인간을 나와 대등한 인간 대 인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나보다 못한 동정의 대상으로 보는데서 살인의 동기를 찾고 있다.
한국인의 깊은 내면에는 성공한 사람, 실패한 사람, 출세한 사람, 낙방한 사람 등 이분법적인 사고가 보편적으로 자리잡고 있어 보인다. OECD 국가 중에서 자살자가 가장 많은 비율을 보이는 이유도 그만큼 상대적인 박탈감이 커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동백꽃 필 무렵’ 드라마를 보고 있자면 임상춘 작가의 눈에 띄는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구도가 보인다. 모든 사건의 배후에는 부모와 자식의 갈등관계가 항상 놓여 있다. 어머니와 딸,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아들 등 부모 자식간의 이러한 구도는 이야기가 진행되는 큰 강의 흐름이다.
아버지와 아들, 부모와 자식간을 우리는 천륜, 하늘의 뜻이라 부른다. 그런데도 박흥식의 아버지는 살인자 아들의 비뚤어진 심성을 고칠 수 없었다. 살인자 박흥식은 인간의 두 심성 중에 살인의 욕망을 ‘자신을 동정으로 바라본 타인’으로부터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사회와 이웃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그는 살인을 선택한 것이다.
‘동백꽃 필 무렵’에는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한 한 인간의 엽기적 살인이 그 중심에 있다. 시청자는 그 ‘까불이’가 누구일지를 궁금해하며 그 호기심으로 드라마의 결말까지 보고야 만다.
이 드라마에는 앞으로 대한민국이 극복해 나가야 할 정신적인 과제물을 제시해 주고 있다. 박흥식처럼 동정을 통해 자신의 비참함을 인식하기 이전에 따뜻한 시선으로 이들을 보듬어 줄 수 있는 그 무언가는 없는 것일까?
Stone Choi.